정명호 목사
세계의 어떤 종교도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적 종교로 변화한다는 많은 종교학자들의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입니다. 이어령 교수는 비빔밥이야말로 한국문화의 성격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한국인의 정서 속에는 비빔밥에 관하여 정해진 레시피가 없습니다. 얼마나 섞이든, 무엇이 들어가고 빠지든 비빔밥은 비빔밥입니다.
또한 전통사회를 지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한국인의 흡수력은 가히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 일 년도 사용하지 않고 휴대폰을 신 모델로 바꾸는 한국인의 소비행태가 관련분야의 국가 경쟁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 요인이라고 말하는 경제전문기관의 분석도 있습니다.
오늘 날 기독교와 목회에 관련된 모든 이론과 프로그램과 사역이 이러한 융화력과 흡수력을 지닌 한국교계를 주 무대와 시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목회의 영역만 들여다 볼 때 새로운 이론과 프로그램들을 도입과 적용을 위한 깊은 연구를 거쳐 목회철학으로 받아들이는 사역자는 많지 않습니다. 다른 교회가 다 하니까 우리 교회도 해야 한다고 시작된 프로그램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누군가가 시작할 때에는 오랜 연구 끝에 깊은 철학을 기반으로 시작되었으나 받아들이는 쪽에서 그만한 연구와 내적 동의가 없다면 조만간 사라질 것이 뻔합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한국 선교계는 내부자 운동을 전 세계 어느 누구보다도 전격적으로 공론화 시켰습니다. 이 시대 마지막 선교의 방법론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기대론에서부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는 반대론에 이르기까지 내부자 운동에 관한 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만 보아도 내부자 운동은 방법론이 아니라 철학이며 원리라는 주장에서부터, 여전히 혼합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우리가 해결하고 설명하며 토론해야 할 주제들이 많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포럼을 개최하고, 선언문을 작성하고, 협의체를 조직하면서도 체계적이고도 통합적인 논의의 장은 그리 활발하지 못합니다.
2006년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ISFM 컨퍼런스에서는 내부자 운동에 대하여 기독교 선교계의 내부자들을 통한 심도 있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이 운동에 대한 재검토와 재확인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IJFM은 현장과 이론에 있어서의 전문사역자들을 통한 이러한 활발한 논의를 싣는 장으로서 2007년 첫 호에서 그 내용을 게재하였고 KJFM은 이번 호에서 이 글을 번역하여 싣게 되었습니다.
KJFM이 꿈꾸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현장 사역자와 이론 사역자, 다양한 문화배경의 사역자들, 목회자와 선교사, 선교단체와 교회, 선교관련 사역자들이 어우러져 우리의 철학과 우리의 신학으로 선교를 바라보고, 우리의 특성을 담보해내면서도 세계와 교감할 수 있는 어우러짐의 마당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단체와 사역자들이 자기 마당에서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KJFM이라는 마당에서 하나님 나라확장의 공동의 목적을 두고 서로 한바탕 어우러질 때에 오해가 이해가 되고, 무지가 지식으로 변하며, 외로움이 공동체 정신으로 변하고, 비판이 보완으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다 하나 깊은 자기 반성과 내면화 작업을 거치기에 부족한 우리의 습성을 넘어서 선교에 있어서, 그리고 내부자 운동에 대하여 끊임없는 신학화 작업과 이론화 작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한국선교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발표되는 글들에 대한 적극적 읽기와 반응을 통하여 선교이론의 취약한 부분들이 보완되는 것은 실험으로 입증된 무기를 들고 전쟁터에 군사를 내보는 것과 같고 임상으로 검증된 방법으로 환자를 수술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 교회 안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선교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적극적인 제안과 토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이를 통하여 세계 무대에서 좀 더 체계적인 이론과 주도적인 사역을 감당하는 한국 선교계 일꾼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 연결고리 : 전방개척선교 2007년 7.8월호 |
선교정보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