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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첨부파일    
 자료구분    작성일  2000-07-31
 제목  “아, 술타령을 하여 볼거나(I)”
 주제어키워드  교수가 쓰는 수필  국가  
 자료출처    성경본문  
 조회수  2989  추천수  6
나는 전에는 술을 자알 하였다. 대학 동창들과 술내기를 할 때 일이등을 하였다. 그것이 자랑이었다.

군 복무중 휴가를 와서 고향 친구들과 얼마나 마셨던지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부모님 앞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그만 죽는 줄 알았다. 대학 2학년이 막 되어서 신입생 환영회를 할 때 신입생에게 나는 선배 거물이 되고 싶어서 기를 쓰고 마신 결과 지금 종로 1가 종각 전봇대 밑에서 그만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지나가던 여자 동창이 같이 가던 오빠에게 부탁을 하여 전차에 태워서 무사한 일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길거리에 취하여 자는 사람을 보면 나는 지난날 나를 본듯하여 되도록 이해를 하고자 한다.

그 시절 한해는 새해 세배를 다닐 때 나도 취하고 친구도 취하여 집에 오는 길에 몸을 가누지 못하였는데 언덕배기에 있는 친구가 자기 집을 가다가 그만 경사진 길에서 넘어져서 구르고 그 바람에 길가에 친 철조망에 이마가 찢어져서 피가 나고, 나는 그 피를 지혈한다고 이마를 누르면서 끌다시피하여 친구 집에 무사히 데리고 갔는데, 그 부모는 내가 자기 아들을 때린 폭행범으로 알고 막 욕을 하고 눈삽하고 빗자루로 때리는 바람에 나는 웃옷을 벗어버리고 줄행랑을 놓고 집으로 왔는데, 내가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문을 따 주니 와이셔츠에 피를 묻히고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그만 쓰러진 나를 보고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 된 일도 있었다. 지금도 아내가 가끔 그때 놀란 가슴을 말할 때면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지금 나는 장로다. 술을 못한다. 끊었다.

어떤 때는 친구가 맛있게 술을 들면 저 맛은 그때 내가 마시던 그 분위기의 그 술 맛일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아, 장로님, 술 생각이 간절하신가 보군요. 한 잔 드시지요.”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친구가 술을 권한다.

“예, 술맛 생각이 간절합니다마는 참는 자는 복이 있지요. 30년 금주를 해온 절개를 이제 와서 버릴 수는 없어서요. 그 있지 않습니까? 젊어서 수절하고 열녀 소리 들은 여자가 늙어 죽을 때 되니까 바람이 나서 그만 명대로 못살고 명예도 다 까먹도 망신을 하고 비참하게 죽은 사건이 있지 않습니까?”

“아따. 비유 하나 고약하군요.”

이렇게 하여 술유혹을 이긴다.



지금 까지는 나의 술타령이고 이제는 이전 술 이야기를 한번 하겠다.

옛날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술을 아주 좋아하였다. 해가 떠도 술, 달이 떠도 술, 별이 떠도 술이었다.

이 사람이 외아들을 장가 보내니 외며느리가 생겼다. 이 며느리 앞인지라 술을 당분간 삼갔다.

그 며느리가 시집 온지 한 스무날이나 되었을까 하는데 처숙모 회갑잔치가 있고, 그날 먼 일가 집안의 환갑잔치가 또 있었다.

“아이구, 오늘 경사났네. 하루 걸러 잔치가 있으면 매일 장천 술을 먹을 것인데, 오늘은 하필 하루에 두 환갑잔치라 한꺼번에 몽땅 먹으려고 하니 아쉽구먼. 그러나저러나 오늘 술로 목에 때를 벗기겠구먼. 하하하.”

이사람 마누라는 남편이 술을 좋아하는 줄 알고,

“여보, 잔칫집에 가서 실수를 할까 걱정이오. 그러니 과히 자시지 마시고 일찍 돌아오십시오. 새며느리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자지 않고 기다릴 것이니 그리 알고 일찍 돌아오십시오.”

라고 하니 이 사람은 웃으면서,

“아, 나도 이제 시아버지여. 새며느리한테 실수를 해서야 쓰겠는가? 일찍 돌아옴세.”

하고 단단히 약속을 하였다.

시어머니는 이번에 새며느리에게,

“아버님이 아무래도 약주를 과하게 들고 오실 것 같으니 내일 아침에는 해장국을 끓여 드려라.”

이렇게 일러 두고 들어갔다.

이 사람은 처숙모 수연(壽宴) 잔치에서 마누라 부탁도 있고 술을 너무 마셨다가는 새며느리에게 실수를 할까 보아서 술을 조심조심 먹었는데 워낙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꾸 권하는 술은 받아마시고 또 받아마시고 하다보니 그만 취하였다. 그런데 또 먼 일가네 수연에도 갔더니 그냥 갈 수 있느냐고 권하여 또 술을 들었다. 결국 만취하고 말았다. 일찍 돌아온다는 것이 지금으로 치면 한 밤 아홉열시나 되었다. 며느리는 그 시간에 뒷간에 가 있었다.

“아, 며누리가 마침 없구나. 시아버지 체면을 차려야지, 얼른 들어가서 자야지.”하고 열어놓은 방에 취한 걸음으로 들어가서 잠을 잤다.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곯아떨어져 버렸다. 이것을 보니 술꾼은 술을 보고 알맞게 먹는다는 말을 지킬 수가 없다. 운명적으로 그렇다.

이 사람은 세상 모르고 질펀하게 잤다. 그러다가 깨고 보니 아침이었다. 이 사람은 그제서야 정신이 나서,

“아, 잘 했다. 며느리 모르게 와서 나의 방에서 잘도 잤구나.”하고 눈을 뜨고 방을 보니, 아이구, 이런 망발이 있는가? 자기 방이 아니었다. 새며느리방이었다. ‘이것, 이만저만 실수가 아니다.’ 하고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술을 좋아하다가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자책을 하면서,

“다시는 술을 들지 않을 것이다. 맹세를 해야지.”하고 지필묵을 내서 먹을 갈아 종이에다가 큼직하게 문자를 썼다.

‘此後 飮酒之子는 馬之子 犬之子 牛之子也’

‘차후 음주지자, 바로 이후로 술을 먹는 은 말새끼요 개새끼요 쇠새끼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방벽에 척 붙여 두었는데, 며느리는 엊저녁 시어머니 말도 있고 해서 해장국을 따끈하게 끓여서 술하고 가지고 가서 시아버지한테 권하였다. 아 참, 며느리는 엊저녁 시아버지가 자기 방에 자는데 어디서 잤느냐 하면 시어머니 방에서 자고 아들은 아버지가 주무시는 사랑방에 가서 잤다. 그런 사정을 안 이 사람은 손을 살래살래 흔들었다.

“나는 이제부터 술을 안먹기로 하였다. 어서 가져가거라.”

그런데 며느리는 그것이 아니었다.

“아버님, 술 자신 뒤에는 해장술을 하시고 풀어야 합니다. 시어머니께서도 해장시켜드리라고 하셨는데 해장국을 들지 않으시면 저는 불효가 되지 않습니까? 어서 해장하시지요. 네.”

이렇게 곡진하게 말을 하니 이 사람이 어이 마음이 동하지 않으리요? 귀가 솔깃하지 않으리요? 그런데 금방 ‘此後飮酒之者는 馬之子 犬之子 牛之子’라고 맹세문을 써두었는데 술을 든다면 이 맹세에 위배가 되지 않는가? 술은 들어야겠고 술을 다시는 안한다는 맹세는 지켜야겠고... 실로 진퇴양난이요 고민이었다.

“아버님, 이번에 해장술을 드시고 다음에 그 맹세대로 하십시오. 그러니 어서 드시와요.”

이렇게 새며느리가 예의바르게 술을 권하니 이 사람이 척 붓을 들어 문구 하나를 덧붙여썼다.

‘但 朝酒一杯는 不可廢라.”

‘단, 조주일배는 불가폐라, 다만 예외가 있으니 아침술 한 잔은 그만 둘 수가 없도다’고 쓰고 보니 해장술을 먹을 길이 열렸다. 그런데 고맙게도, 어쩌면 난처하게도 며느리가 또 술 한잔을 권하누나.

“아니다. 그만 하겠다. 술상을 물려라, 어서.”

이런 시아버지에게 며느리가 곡진하게 말하였다.

“저는 친정에 있을 때 酒不單杯(주불단배)란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한잔 더 하시지요, 아버님.”

“어허, 이러면 내가 어찌 되는가? 자, 맹세문은 어떻게 하고….”

“너무 걱정 마시고 드세요. 집에서 해장국하고 드시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사옵나이까?”

“에라, 모르겠다. 우선 한일자(一)를 한 획을 그어 두이자(二)를 만들어 보자.”

하고는 ‘但 朝酒二杯는 不可廢’라고 썼다. 그런데 이 사람도 술 두잔이 들어가니까 기분이 도도하여 문자를 썼다.

“야, 며늘아가, 이런 말도 있더라. 酒不雙杯(주불쌍배)란 말이 있느니라. 술이라는 것이 삼배(三杯)면 삼배지 어찌 두 잔(雙杯)이 있겠느냐? 한 잔 더 마시자.”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하고 며느리가 따라주었다.

“잠깐 저 글 두이(二)에 한 획을 그어 석삼(三)을 만들어 놓고 마시자꾸나.”

하고 ‘但 朝酒三杯는 不可廢’라고 쓰고 술을 받아마셨다. ‘다만 아침 술 석잔은 폐지할 수 없도다’라고 하니 적어도 술 석잔 해장술은 먹을 수 있겠구나.

시아버지일망정 술꾼은 며느리 앞에 이렇게 변명도 잘하고 명분도 세우고 술을 마신다. 술이 그렇게 좋다는 말인가? 이것은 임석재 전집 6권(평민사, 1990)에 있는 ‘朝酒三杯不可廢’ 이야기를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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