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HOME > 선교정보보기  작성자    첨부파일      자료구분    작성일  2000-06-21  제목  이런 기도(1)  주제어키워드  선교를 말한다  국가    자료출처    성경본문    조회수  4224  추천수  11 사람 생각으로 하자면 큰 돈 들이고 준비하여 보낸 선교사가 꼼짝 못하고 주저 앉아 있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드물다. 더군다나 이를 악물고 선교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결사각오로 선교지에 이른 선교사가 발걸음을 돌이켜서 봇짐을 싸야한다면 통한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쁜 마음으로 선교지에… 여러 해 전에 우리는 마닐라에서 한 선교사 가정을 가운데 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젊고 똑똑한 양반이 그 좋다는 데를 다 마다하고 선교를 준비했다. 부인도 마치 선교를 위해서 결혼한 사람처럼 남편과 죽이 맞았다. 그동안에 아이가 생겨났어도 이들의 모진 결심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복잡하고도 어려운 과정을 다 마치고 훈련도 받았다. 그동안에 이들을 파송할 교회도 생겨나 모두가 들떠 있었다. 마치 벼랑 끝인지도 모르는 지구의 끝을 돌아 오겠다고 나선 마젤란을 떠나 보내는 사람들처럼 이 교회도 이 쓸만한 젊은이의 가정을 기도와 눈물로 보냈다. 교인들이 가지고 온 짐보따리에는 유난히도 라면 상자가 많았다. 온통 붉은 국물에 국수가 간간히 보이는, 그래서 울어야 먹을 수 있는 그런 라면이다. 가면서 점심 사 먹으라는 할머니의 쌈짓돈도 받았다. 모두들 안타깝고 애처로운 마음으로 보냈지만 정작 떠나는 이들은 도리어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처럼 들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몇 년 동안 이들은 필리핀 지도를 펴 놓고 칠년도 넘게 섬들속에서 살았다. 가끔 전철에서 필리핀 사람을 만나면 이산가족을 찾은 사람처럼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직 본 적도 없는 마닐라의 넘쳐나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그들이 살 집도, 아이가 다닐 유치원도, 쏘다니면서 전도지를 나누어 줄 길거리를 그려가며 기도했다. 발만 필리핀을 딛고 있지 않았다뿐이지 이들은 완전히 필리핀 시민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갔다. 즐기기는 커녕 적응이 안되니… 뜨거운 바람이 확 다가오는 마닐라 공항에서도, 그리고 웬지 코끝에서 떠나지 않는 썩은 냄새도 도리어 정다웠다. 밤이면 더위 속에서 아이가 잠을 설쳐도 이들 부부는 도리어 신이 났다. 금방 적응하는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즐기게 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렇게도 신나하는 선교사에게 생겨났다. 마닐라에 발을 디디면서 생겨난 두통이 쉬 사라지지 않았다. 밤이면 뻐개지는 듯한 아픔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 기후는 그의 몸에서 진액을 다 빼내갔다. 한없이 흘러내리는 땀이 이제는 짭짤한 맛도 없어졌다. 그래도 더 독한 것은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로 짓누르는 두통이었다. 의사도 부지런히 찾아가보고 중국촌에 가서 한약도 먹어봤다. 그래도 아무 차도가 없었다. 도대체 특별한 병이 없단다. 이렇게 일년을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안 이들은 모두 며칠 잠을 설친 사람같이 되어 버렸다. 밥맛도 사라지고 도대체가 귀찮아졌다. 왜 이 땅에서 이렇게도 고생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수없이 물었다. 라면 한 봉지라도 더 쑤셔넣겠다고 용을 쓰던 교인들의 모습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그들의 뇌리에 떠 올랐다. 도대체 알 수 없어! 일년 후 그들은 마침내 짐을 싸고 말았다. 그렇게도 독한 맘으로 찾아왔던 땅이건만 이렇게도 슬픈 마음으로 떠나야 했다. 바로 이들을 떠나 보내는 예배를 우리가 드리는 밤이었다. 도대체 이럴줄 알았으면 왜 시작했느냐는 넋두리가 하늘을 향해 세어나왔다. 하나님의 맘은 도대체 알 수 없는 때가 참 많다던가. 보내는 교회도 새벽마다 밤마다 이들을 위해 기도했단다. 보내진 선교사가 마음껏 뛰어 다니며 복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것도 기도로 밀어 부쳐야 되는 일인가 보다. 선교사는 돈이 있는만큼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도가 밀어재끼는 만큼 일을 하는 사람임에 틀림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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