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눅 11:20)은 어떤 다른 세계의 영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가리킨다. 이 낱말은 그 말이 쓰이는 문맥에 따라서, 그것이 이미 시작된 하나님의 통치를 말하는 것인지, 예수 안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오고 있는 그의 통치를 가리키는지, 혹은 그의 통치가 장래에 성취되는 것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즉 어떤 문맥에서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 즉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마태는 다른 저자들이 "하나님의 나라"라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하늘 나라"(개역:천국)라는 말을 선호한다.

하나님의 왕권이 특별한 방식으로 나타난 곳은 이스라엘이다(출 19:3-6). 하지만 이 왕권은 온 세상을 위한 것이고 언젠가는 온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시 47편, 시 103:19-22).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 백성 이스라엘과 세상 민족들에 대한 하나님 자신의 통치의 대리인이자 실행 기관으로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삼하7:14-16, 대상28:5, 29:23, 대하9:8, 시 132:11-18).

다윗의 자손 가운데서 메시야가 나타나심으로써 다윗 왕권이 마지막 때에 새로워지고 완전해질 것을 기대했다(사9:2-7, 사 11:1-10, 렘23:1-6, 암 9:11-12, 미 5:2, 슥 9:9-12). 

예수님 당시에는 이 두 가지, 미래에 대한 이스라엘의 희망이 민족적 정치적인 성향을 강하게 띠면서 메시야가 오실 것에 기대하고 있었다. 예수께서 하나님이 임금으로 다스리시는 일이 닥쳤다고 선포하셨다면(막 1:15), 이는 분명히 묵시 문학적인 뜻을 띠는 것이지, 민족적인 기대로 이해할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라고 하기보다는 '하나님이 왕으로 다스리심'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낫다.

한편 예수께서는 '이르시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너희에게는 주었으나 외인에게는 모든 것을 비유로 하나니'(막 4:11)라고 하셨다. '빌립이 하나님 나라와 및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 관하여'(행 8:12) 전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