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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구분  지식사전  작성일  2007-08-21
 제목  세계적 신학 거장 판넨베르크 교수 인터뷰
 주제어  [판넨베르크]
 자료출처  조선일보 2001.11.05  성경본문  
 내용

판넨베르크 교수는 “신학과 과학은 불협화음이 아니라 멋진 공명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고 했다.## "성경-코란 상호 이해가 기독교-이슬람 화해 첫걸음" ## ## 다른 종교와 대화를 통해 새롭게 신앙 발견 ##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73) 독일 뮌헨대 교수는 위르겐 몰트만 독일 튀빙겐대 교수와 함께 현대 신학계의 살아있는 거장으로 손꼽힌다. 그의 주장과 학설이 특히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9.11 뉴욕 테러사건 이후 문명-종교간 갈등과 화해가 중대한 관심사로 떠오른 최근의 세계사적 상황 때문이다. 그는 철학이나 자연과학과 신학간의 대화는 물론 종교간의 대화에도 힘써 분열된 세계 사이의 상호 이해와 통합에 노력해왔다. 한국학술협의회와 대우재단,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하는 ‘2001 석학연속강좌’(7~10일)에 초청된 판넨베르크 교수와 배국원(49·종교철학) 침례신학대학교 교수가 ‘기독교와 이슬람은 화해할 수있는가’ ‘창조론과 진화론은 양립할 수있는가’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배국원 〓최근 전세계를 경악케 했던 뉴욕 테러사건 이후 특별히 이슬람과 기독교와의 대화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습니다. 신학자이자 종교철학자로서 ‘문명의 충돌’까지 거론되는 이번 뉴욕 테러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판넨베르크 〓독일에서도 이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독일 내에는 약 300만 명의 무슬림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과격 테러리스트가 아닌 것이 분명한데도 사회적으로 이들을 냉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염려스럽습니다. 기독교인과 무슬림의 대화는 역시 성경과 코란에 대한 상호이해로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성서비평학자들의 업적에 힘입어 성경이 역사적으로 형성돼온 기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극소수이지만 일부 이슬람 학자들도 코란이 역사의 산물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경전에 대한 역사적 이해부터 시작, 화해의 지평을 점차 넓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국원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는 점점 다원화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의 다원화 현상이 점점 두드러지면서 사회적 갈등이 고조돼가고 있습니다. 이번 테러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종교간의 대화가 철학이나 과학과의 대화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판넨베르크 〓종교간의 대화는 우리 시대의 분명한 요청입니다. 역사적으로 선교와 개종작업에 적극적이었던 기독교도 이제 종교간의 대화를 선교의 새로운 형태로서 고려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타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종교와의 대화는 필요하고 유익한 반면에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모든 종교가 결국 똑같다는 ‘종교다원주의’는 심각한 신학적, 철학적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각 종교 나름대로의 독특한 진리·주장을 존중하지 않을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배국원 〓교수께선 그동안 철학 및 과학과의 폭넓은 대화를 통해 신학의 지평을 넓혀왔습니다. 신학자로서 이처럼 광범위한 방법론을 채택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판넨베르크 〓신학은 이름 그대로 신에 대한 학문입니다. 우주 만물의 주재자인 신에 관한 탐구인 신학은 당연히 이 세상 만물을 다루는 여러 학문과 관련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학은 통합학문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신학자들은 타 학문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철학은 신학적 사고를 형성하고 검증하는데 중요한 동반자가 되어 왔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철학전공으로 시작했다가 진리 탐구의 여정 끝에 신학자가 됐습니다. 철학자 니체에 매료돼 그를 더 잘 이해할 욕심 때문에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가 신학의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배국원 〓하지만 기독교와 과학간의 갈등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특히 창조설과 진화설은 아직도 사회 일각에서 날카롭게 대립되고 있습니다. 두 진영 사이의 화해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요.

 

▲판넨베르크 〓창조설과 진화설은 ‘지속된 창조’(creatio continua)라는 개념을 통해 화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창조는 결코 그 옛날 며칠만에 끝나고 만 일회적 행위가 아닙니다. 또 과학자들이 말하는 진화는 아무 목적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필연적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학자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갑작스럽게 출현하는 이른바 ‘창발적 진화’(emergent evolution)를 주장합니다. 마찬가지로 신학자들은 하나님이 지속적으로 새 것, 즉 기대치 못한 것을 새롭게 창조하시는 분이라고 강조합니다. 바로 이러한 창발적-지속적 창조 개념을 통해 두 진영은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국원 〓기독교와 외부세계 혹은 학문들과의 대화만큼이나 기독교 내부의 대화도 중요한데요. 세계 기독교는 수많은 교단으로 분열돼있으며 반목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급속히 성장한 한국기독교도 외적인 성장에만 치우쳐 내실을 잃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교회가 예수의 원래 정신을 외면하고 있다는 반성은 급기야 한국 교회에 ‘예수는 없다’라는 말을 유행어로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과연 예수는 누구이며 21세기에서 그는 무슨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까.

 

▲판넨베르크 〓교회일치운동은 제가 일평생 관심을 가졌던 주제입니다만 점점 더 분열돼 가는 교회의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교회 일치를 대신하기라도 하는 양 외형에만 치우치는 대형교회가 잇달아 나타나는 현상도 씁쓰레합니다. 이런 문제의 근저에는 역시 예수에 대한 오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결정적 증거는 그의 순종에 놓여 있습니다. 즉 자기 목숨까지 아버지의 뜻에 맡기는 순종을 통해 예수는 아들의 사명을 이루었으며 나아가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모범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이 된다는 의미는 예수를 본받아 하나님께 순종과 겸손을 드린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 사명을 망각하고 교권주의, 금권주의에 집착하는 기독교인이 있다면 그들은 예수를 다시 십자가에 못박는 사람들입니다.

 

▲배국원 〓교수님은 30대에 ‘계시로서의 역사’와 ‘미래의 힘으로서의 신’을 주장하면서 신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이제 고희를 넘긴 지금 이 시점에서도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역사의 종말’을 외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과연 역사는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또 어지러울 정도로 급격히 변하는 테크놀로지의 세상에서 여전히 ‘미래’를 신앙할만한가요.

 

▲판넨베르크 〓역사의 의미와 미래의 희망을 확신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신학자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부활사건’이야말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예증이라고 믿습니다. 성경이 증거하고 있는 예수의 부활은 역사와 미래를 하나로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사건입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인류가 완전히 변모하리라는 약속과 소망을 확인해 주기 때문입니다. 상대주의 가치관으로 대변되는 포스트모던 세계관은 자기모순의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분간 상대주의가 유행할지는 몰라도 결국 인류는 진리에 대한 심각한 갈증에 목말라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철학과의 대화를 통해 그랬던 것처럼 이제 신학은 과학과의 더 친밀한 대화를 통해 새 시대를 위한 새 의미를 창출하는 작업에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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