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1962년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경제학을 공부하였다.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행정관 및 재정담당관으로 일하였으며, 1974년 가나로 돌아가 1976년까지 가나관광공사 전무이사를 지냈다. 1980∼1983년 제네바 유엔 난민(難民)구제위원회에서 고등판무관을 지냈으며, 1984년부터 유엔 재정부에서 예산담당관으로 근무하였다.

   1987년 유엔 사무국 사무차장, 1996년 10월 17일 유엔 사무총장이 되었다. 유엔 사무국 출신 총장으로 취임 후 '개혁총장'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유엔 사무국 내의 1,000여 개 직책을 폐지하고 대폭적인 기구의 통폐합을 내용으로 하는 제1차 유엔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그의 경력이 배경이 되었다.

   추상화가인 스위스 태생의 부인 라거그렌 아난(Lagergren Annan)과의 사이에 3남매가 있다. 2001년 국제연합과 공동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어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현역 국제연합 사무총장으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노벨 평화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1901년 첫 시상을 시작한 이래 100주년을 맞는 2001년의 공동 수상자로 UN과 코피 아타 아난 UN 사무총장을 선정했다. UN 사무총장으로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는 사후에 수상한 스웨덴 출신의 다그 함마르시욀드에 이어 2번째이다.

   노벨 위원회는 공동 선정의 이유로 우선 "보다 유기적이고 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일해온 점"을 언급하고, 코피 아난에 대해서는 "UN 조직의 활성화에 탁월한 공로를 세웠으며", "평화와 안보의 수호라는 종래 책무와 더불어 인권과 관련한 UN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국제 테러리즘과 같은 새로운 난제를 타개하고자 UN의 변변찮은 자원을 한층 효율적으로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코피 아난은 1962년 세계보건기구(WTO)의 예산 담당관으로 UN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UN의 행정직을 두루 거친 끝에 1990년에는 사무총장 보좌역 겸 프로그램 수립 및 예산·재정 감사관에 올랐다. 이 시기에 그는 유능하고 붙임성 있는 간사로서 명성을 확립했다. 또 아난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UN 사무총장 특사로 나서 이라크에 억류된 UN 요원과 서방 인질 900여 명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1993년 3월 1일에는 평화유지활동 담당 사무차장으로 승진했는데, 재직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기에 특히 UN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으로의 평화유지활동 이관 건을 유연하게 처리하면서 유명해졌다.

   코피 아난은 1997년 3월 1일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사무총장에 선출되었다. 그의 선임 당시 UN은 한창 시련을 겪던 중이었다. 전임자인 이집트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는 한사코 연임을 노렸지만, 중립적인 독자성을 고집하는 그의 스타일은 회원국들 중 특히 미국의 반발을 샀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 체제하의 UN 운영비와 그 활동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온 미국은 고의적으로 분담금을 내지 않았는데, 그의 임기말 미국의 UN 분담금 연체액은 도합 15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은 그의 재선을 막고 적절한 후보가 나설 때까지 선출과정 전체를 지연시키기 위해 UN 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의 후원 아래 코피 아난은 경이적일 정도의 지지율로 제7대 UN 사무총장이 되었다. 그는 UN 기구 내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성향의 개혁과 UN의 평화유지활동 관련 역할에 대한 재고가 절실히 요구되던 시기에, 기구 내 여러 직위를 거쳐 내부에서 사무총장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었다. 1962년 이후 2년을 제외하고 줄곧 UN에서 일해온 경력과 1990년대 평화유지활동에도 깊이 관여한 전력 등, 아난은 그 폭넓은 경험과 온건한 일처리 방식에다 걸출한 실무능력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 사무총장 후보로는 제격이라는 평판이 이미 나돌고 있었다.

   코피 아난은 온화한 말씨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조성하는 데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확고한 원칙과 실리를 챙기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UN 사무국 내부와 회원국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어왔다. 아난은 UN 개혁과 아울러 1997년 이라크 전쟁 재개 위기 국면의 타개, 코소보 사태의 막후 중재 등 지역분쟁 조정과 인도주의 관점에서의 빈곤 퇴치 문제 등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UN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는 2002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사무총장의 새 임기 6개월 전인 2001년 6월말 그의 5년 임기 연임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5년 단임에 이어 5년 임기를 채우게 된 아난 총장 역시 아프리카그룹에 속하는 가나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각 지역 그룹이 10년씩 돌아가며 총장을 맡는 관례마저 꺠뜨린 사건이었다.

  코피 아난은 1938년 황금해안(지금의 가나) 아샨티 주 쿠마시 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아샨티 주의 주지사였고 판티족의 세습 족장이었다. 쿠마시 소재 과학기술대학교에서 수학한 뒤 1961년 미국 미네소타 주 매캘러스터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61~62년에 제네바의 고등국제연구소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10년 뒤인 1972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특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난은 영어와 프랑스어 외에 아프리카의 몇 개 언어도 능란히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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