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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구분  지식사전  작성일  2007-06-01
 제목  한국선교사의 책무(Accountability)
 주제어  [선교] [한국 선교] [선교사]
 자료출처  손창남 (한국 OMF 대표)  성경본문  
 내용

한국선교사들이 선교현장에서 훌륭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현지인들에게는 물론 우리를 알고 있는 많은 서양 선교사들에게서도 종종 듣는 말이다. 위험을 무릅쓰는 자세, 현지인들의 삶에 가까이 접근하는 모습, 교회개척에 대한 경험과 열정과 투지, 서양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의 강한 생존력, 그리고 헌신적인 삶은 일반적으로 한국선교사에게 쏟아지는 찬사들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국선교사로서의 연약한 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책무의 영역이다. 이 분야는 사실 오랫동안 우리 한국선교사들의 문제로 여겨오면서도 예민한 분야가 많아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책무의 중요성

선교사의 책무가 방치될 때 예상되는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1. 선교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신뢰 추락
한국교회가 처음 선교에 눈뜨기 시작했던 80년대에 비해 지금은 지역교회들의 선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선교사들이 말하는 것을 거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선교지 방문이 빈번해지고 선교지에 대한 이해가 많아진 지금은 그렇지 않다.
 
2. 초심에서의 이탈
처음 선교지로 파송되는 선교사들은 굳은 각오와 희생의 정신으로 선교지에 가게 된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선교사의 책무의 부분들에 대해서 등한히 하게 된다. 선교사의 생활과 사역에 있어서 초기에는 약간의 타협을 한다고 생각되지만 결국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초심에서 이탈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3. 선교지에서 한국선교사들에 대한 신뢰 추락
선교사들이 자신이 해야 할 책무를 등한히 할 때 생기는 문제는 개인에 국한해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에서 성실하게 사역을 수행하는 다른 한국선교사 모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선교지 주민들과 더불어 주위에서 지켜보는 다른 나라 출신의 선교사들이 한국선교사 혹은 한국교회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기가 쉽다.


책무의 영역

선교사의 책무를 논하려면 누구에 대한 책무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다음의 네 가지 영역에서 선교사의 책무를 생각해보았다.


1. 하나님께 대한 책무


선교사로서 하나님께서 자기를 부르신 부름에 합당하게 사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선교사라면 누구나 그 분이 부르신 소명 때문에 선교지에 온 것이다. 하지만 이 소명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제3자는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사역은 시간이 지나면 이루어진다. 처음 선교지에 갔을 때 인도네시아에서 거의 40년 사역한 여자 선교사가 있었다. 거의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현지 선교사들을 위한 수양회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신참인 나에게 그의 사역과 모습은 신화와 같은 것이었다. 반둥에서 언어를 배우는 동안에 여러 교회에서 부흥회의 강사로 말씀을 전하고 만나는 그리스도인들마다 내가 OMF와 일하고 있다고 하면 그 분을 아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 수양회 저녁식사 시간에 우연히 그분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유명해질 수 있습니까?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그러나 그는 아주 간단하게 오래 있어보라는 것이었다. 나에게 정말 자극을 주는 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분의 말대로 사역이 이루어지고 유명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다고 선교사의 인격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교사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인격적인 성숙에 대한 책무를 다하여야 한다. 


2. 파송교회와 후원자들에 대한 책무


파송교회와 후원자들에 대한 선교사의 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적 투명성과 사역보고의 투명성이다. 선교사가 재정사용의 상세내역을 파송교회와 후원자들에게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후원교회들이 선교사의 재정사용에 대한 의구심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사역의 투명성에 대한 책무도 문제가 된다. 사역보고의 의도적 굴절도 있고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현지사역이 후원교회에게 제대로 의사소통되지 않고 적절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개인 선교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뿐 아니라 선교기관과 선교 전반에 대한 후원자들과 후원교회의 실망과 더불어 신뢰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교사역보고의 의도적인 굴절에 관해서는 선교사 개인의 인격과 양심을 따라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서 책무를 다하고 삼가야 한다. 그러나  의도적인 굴절이 아닌 경우라도 이런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보다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3. 파송기관에 대한 책무


선교사들이 파송단체가 가지고 있는 원칙과 그 단체에 허입될 때 오리엔테이션 받았던  규약과 원리들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과 그것들을 지키기 위한 선교사의 충실함과 성실함(integrity)의 책무이다.

(1) 임기
사역의 한 주기(term)를 얼마로 할 것인가는 선교단체와 선교지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선교단체들이 4년의 선교지 사역 후 1년 정도의 본국사역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상당한 융통성과 신축성 가운데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로 교통통신의 발달을 들 수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선교지와  본국 사이의 지리상의 거리가  많이 좁혀 졌고, 세계적인 지구촌화로 안식년동안 본국에서 오래 체류해야 한다는  전제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졌다.  또 다른 이유들로는 사역의 연속성, 자녀교육의 계속성, 비자 문제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전통적인 임기를 고집할 이유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임기가 전혀 없는 선교사역은 지나치게 자의적일 수 있다. 임기의 중요성은 먼저 선교사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래야만 자신이 한 임기 동안에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전략을 개발하기도 한다.  또 임기를 마치면서 자신이 세운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지를 평가하고 돌아보게 된다. 임기의 중요성은 단순히 선교사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선교단체와 파송 교회, 그리고 후원자들은  후원하는 선교사가 임기를 마치면서 그간의 사역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선교사의 사역에 대한  평가 시스템과  임기의 연한은 매우 중요 한  연관성이 있다. 

(2) 사역지의 체류
최근 비거주 선교사라는 개념이 등장할 만큼 선교에 있어서 현지의 체류를 전제로 하지 않는 선교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사역지의 체류에 대해서도 일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선교사의 사역은 선교현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이름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국제무역에서도 원산지 표시가 얼마나 중요한가? 만약 선교지를 이탈해서 사역을 하는 경우는 선교단체의 허락과 더불어 후원자들에게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  심지어 같은 선교지에서도 자신이 하는 사역의 방향 전환이 있다면 이러한 사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후원교회들과 후원자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역의 종류나 자녀교육 때문에 사역지와 떨어질 수도 있고 선교사가 가족과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켜져야 할 선교부 원칙과 개인적 양심의 정당한 합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임기를 결정하고 선교지의 체류 등과 관련해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는 선교단체 회원으로서의 책임과 개인적 사안간의 엄격한 구분이다. 이것이 분명하지 않아서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책무와 관련하여 많은 후원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게 된다. 많은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사역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발전을 위한 학위과정에 뛰어들고 있다. 선교사 자신의 개발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에 반대할 필요는 없지만, 공부가 사역을 위한 것인지 개인적인 발전을 위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또  선교사의 학업을 후원교회를 포함한 후원자들에게 알려 허락을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선교사의 책무 상 큰 차이가 있다.
 
(3) 회원선교사의 지위 (status)

*휴직 (Administrative Leave of Absence)
선교사역을 잠시 중단하는 상태를 말한다. 휴직은 아무 때나 이루어 져서는 곤란하다. 안식년을 마친 선교사가 부득이한 일로 당장 선교지로 다시 나갈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휴직이 허락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병간호를 할 사람이 없다든지, 자녀의 심각한 부적응이 발견되었다든지, 재정후원이 현저히 낮아져서 본국에서 후원자 발굴을 더해야 할 경우가 여기 해당된다. 이 경우에도 반드시 선교지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한다. 만약 선교지 귀환의 불확실성이 높을 경우에는 사직하는 것이 윤리적이다.
 
*사직 (Resignation)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선교사역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사직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후원자들에 대한 선교사의 책무를 감당하는 것이다. 독신 선교사가 결혼을 생각하는 경우, 배우자가 될 사람의 선교에 대한 비전, 훈련의 정도, 사역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면 일단 사직하고 배우자와 함께 필요한 후보자 과정을 다시 거치는 것이 당연하다. 관계중심적인 우리네 문화로 인해 이것이 잘 시행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병가 (Compassionate Leave of Absence)
선교사가 질병으로 인해 귀국하여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 병가를 내야 한다. 병가는 후원을 전제로 하는 기간이다. 그래서 일정한 원칙 안에서 제한을 두는 것이 선교단체나 후원하는 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다. 장기적으로 투병하는 것도 어려운데 병가 혹은 사직을 요구하는 상황은 못할 짓이지만, 후원자들에게 선교사의 책무를 다한다는 면에서 반드시 원칙과 규정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주님의 공급하심을 바라는 믿음으로 이런 일을 의연히 감당해야 할 것이다.

*휴가 (Holiday)
휴가는 한국선교사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OMF 회원선교사가 돼서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휴가제도이다. 반둥에서 1년간 언어훈련을 받는 스트레스 속에서도 휴가를 가지지 않고 있었는데, 영국인인 선교지 책임자가 우리 집을 방문해서 마지막 휴가가 언제였느냐고 물었다. 언어공부에 너무 바빠서 휴가를 다녀오지 못했다고 했더니 명령이니 휴가를 가라고 했다. 그래서 해변에서 일주일을 지내다 온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우리는 휴가를 매우 중시하게 되었다. 우리가 선교지 책임자에게 제출하는 의료 보고서에는 매번 마지막 휴가가 언제였는지 적게 돼있다.

*학업 휴직 (Study Leave)
많은 한국선교사들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한국선교사의 학력은 가히 세계적이다. 공부에 대한  열의가 높은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공부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많은 선교사가 안식년을 학문적 업그레이드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부는 반드시 선교지의 사역과 관련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선교사가 되려는 동기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상황으로 볼 때 선교사가 누리는 이러한 특권은 일반인들에 비해서 대단한 것이다.

*본국사역 (Home Assignment)
안식년이라는 어휘 자체에 대해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9세기 선교에서 안식년은 군대식으로 말하면 주둔군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 같은 의미가 있었다. 교통이 발달되지 않아서 본국과 선교지를 여행하는 데 장기간을 요하는 상황에서는 본국에서 일년 이상을 머물러야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날은 그렇지 않다. 선교지의 경험과 안목으로 본국의 선교동원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본국사역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한국에서 파송 받은 만 명의 선교사들 가운데 매년 오분의 일이 한국에 들어와 선교동원에 참여한다면 대단한 동원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안식년 선교사들이 포럼이나 세미나를 통해 기여한다면 한국선교가 세계선교에 공헌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외국에서 안식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심각히 재고해야 한다. 외국에 가서 안식년을 보낼 필요가 있는 경우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무분별한 해외 안식년은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4) 리더십의 인정
선교단체에서 리더십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선교지에서의 리더는 특히 사역의 관리감독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선교사들이 개인의 사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더십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의 인정은 자신을 보호한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결정을 혼자 내렸다면 책임도 혼자 져야 한다. 그러나  선교단체 내에서 리더와 의논하여 내리는 결정에는 리더의 책임이 수반되는 것이다.

(5) 언어 공부
선교지의 사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선교사의 현지어 구사능력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언어를 어떤 수준에서 구사하는지가 선교사의 사역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선교사의 현지어 공부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6) 재정 사용
재정 사용에 대한 정확한 보고가 필요하다. 요즘 정치자금에 대한 항간의 문제들을 보면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선교사들의 재정 사용에 대한 투명성도 높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정 수입은 공식적으로 집계되어야 한다. 지출 또한 상용의 지출이 아니라면 수입내역과 지출내역에 대한 보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한국선교의 경우 재정 사용의 불투명성이 문제가 된다. 재정의 사용에 있어서 한국선교사들은 매우 융통성이 있다. 그러나 지나친 융통성은 문제가 된다. 목적 이외의 지출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정책임자와 사전에 의논하여 허락을 받아야 한다.

(7) 커뮤니케이션
사역 및 의료적 상황에 대한 보고가 아주 중요하다. 많은 한국선교사들이 개별적으로 사역을 잘 하지만 자신이 하는 사역을 감독받는 일은 익숙하지 않다. 한국에 자신의 의료적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의료자문(medical advisor)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기치료가 가능하고, 건강이 악화되어 선교지를 떠나야 하는 상황을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다.

(8) 자녀교육
현지에서 자녀교육과 관련한 여러 가지 선택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자녀의 적응력, 자녀의 향후 진로, 그리고 선교사의 재정적 여력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선교사의 자녀에 대한 높은 교육열은 무분별하게 좋은 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녀의 능력, 선교단체의 원칙, 재정능력 등이 무시됨으로 인해 어려움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안식년으로 귀국하는 경우 자녀들을 어떻게 공부시킬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미리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내에서도 몇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대학진학을 위해서는 선교사 자녀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정기적인 자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의 대학교육은 선교사자녀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9) 건강관리
정기적인 의료검진이 필요하다. 건강한 선교사도 2년마다 의료검진을 해야 한다. 정기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휴가의 중요성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영적인 사역을 하지만 우리의 육체가 유한한 것을 인정하는 겸손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일년 사역 후에 2주 혹은 3주의 휴식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녀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선교지에서 자라고 있는 자녀들과의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안식년을 공부나 지나친 본국사역으로 소진하지 말아야 한다. 귀국해서 첫 한 달과 출국 전 한 달은 다른 사역을 하지 말고 전적인 휴식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중회원제(dual membership)에 대해서도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는 소속 선교사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해당 기관들이 계약을 체결할 때 과중한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고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4. 현지교회 혹은 현지인들에 대한 책무

(1) 성실성
현지법의 철저한 준수를 통해 선교사가 불법을 범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자가 얻기 위해 불법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선교사의 정직성(integrity)이 담보되지 않고 선교사역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으로 보여주는 진실성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포함한 모든 진리의 효과적인 증거인 것이다.

(2) 순수함
선교사의 삶에서 드러나는 순수함이 현지인들에게 잘 느껴진다. 선교사가 진정으로 현지인을 섬기는지, 아니면 현지인들이 단순한 사역의 도구인지에 대한 내적 성찰이 계속되어야 한다.

(3) 사역의 목표
현지 리더쉽을 키우는 일과 적절한 리더쉽의 이양이 있어야 한다. 선교지에서 선교사들이 자신의 왕국을 지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것에 대해서 예민함을 가져야 한다.

(4) 민간 외교관
그리스도의 대사로서 성숙하고 인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는 하나님의 나라를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한다는 의식이 중요하다.


5. 근본적인 문제들

(1) 의사소통이 약하다.
한국선교사들은 서양 선교사들에 비해서 의사소통 과정에서 미리 전제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지도자가 공부하는 것을 허락하면 공부에 필요한 장학금을 알아봐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든지,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라고 하면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은 서양 지도자가 공부하라고 권할 때 비용을 대주는 것을 전제하지는 않는다.

(2) 국제단체와 일할 때 언어와 문화적 이해의 부족으로 불필요한 갈등이 생긴다.
특히 현지어는 잘 구사하지만 영어의 구사가 부족해서 생기는 어려움도 많이 있다.

(3) 규정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선교사들이 국제단체에서 보이는 가장 큰 약점은 규정에 신경 쓰지 않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4) 성공지향적인 자세
동료 선교사나 본국에서 성공적인 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와 비교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선교사 스스로가 이런 비교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5) 선교 후보자 선발과정 부재
선교사의 선발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사역 경험이 어떠한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선교지에 나가기 전에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자녀들의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6) 선교사 오리엔테이션 부재
선교사로 선발된 후에는 단체가 지향하는 것, 선교사의 자세, 재정 원칙 및 규정, 자녀교육 등에 대한 본국과 선교지의 필요에 대해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한다.

(7) 안식년 재교육 부재
사역을 마치고 귀국한 선교사들이 한국에 다시 적응하는 것을 포함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재교육에는 최근의 한국과 문화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한국교회의 변화, 교통 시스템, 공공요금 지불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8) 사역을 개인 것으로 생각하는 자세
한국선교사들에게 사역은 하나님 앞에서 개인적 소명을 따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따라서 지도자와의 마찰, 불필요한 오해, 동료들과의 부조화, 현지인에 대한 무시 등으로 나타날 소지가 있다.

맺는 말

1. 선교지 시스템의 구축
책무에 관한 문제의 해결을 선교사 개인의 인격적 성숙에만 맡겨서는 어렵다. 책무 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시스템 구축이 독자적으로 어려운 경우 여러 단체가 연합해서 할 수 있다.
 
2. 규정의 마련
기본적으로 선교사의 믿음과 양심을 믿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문서로 만들어진 규정이 필요하다.

3. 개념의 정립과 교육
한국선교계가 함께 안식년이나 자녀교육 등에 대한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여 선교사들을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
 
4. 선배들이 본을 보여야 한다.
이상의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한 획일적인 행정조치는 조심해야 한다. 반드시 규정을 많이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잘못하면 지도자의 무기가 된다. 규정의 제정이 리더의 칼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최소한의 규정을 정하되, 그 정신을 따라 살도록 회원들을 교육해야 한다.

5. 계속되는 교육
이러한 정신에 대한 교육이 계속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이렇게 사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특히 선배나 지도자가 본을 보여야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선교사가 되려고 할 때 허드슨 테일러처럼 과거에 희생적인 선교사의 삶을 살았던 위인들의 삶을 보고 헌신하다. 그리고 가까운 선배들이 빗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하다가  결국 자신도 그런 삶을 사는 것을 본다. 자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응답: 선교사의 책무

조경호 (수원 형제침례교회 담임목사)

손 선교사님이 발제하고 제가 응답하는 스케줄을 보면서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년 손 선교사님께서 세무대학 선교단체 하실 때도 불려 다녔고 OMF까지 끌려가서 이사로 섬기고 있고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하실 때도 계속 불려가고 다음달에도 또 가야하고 이번 포럼에까지 와서 발제하신 내용을 제가 응답하게 됐습니다.

선교사 책무라는 것은 선교사 뿐 아니라 목회자의 도덕성 부분도 큽니다. 리차드 포스터가 그의 책 ‘돈과 섹스와 권력’에서 말한 것처럼 돈과 권력과 여자 문제인데, 한국의 영성시대를 여셨던 한 분이 교회재정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다가 구속되었습니다. 판사가 최후판결문에서 목사답게 살라 하셨다는데 우리에게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또 최근에는 교단장 지내셨던 어느 분께서 불륜현장에서 도피하다가 떨어져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목사들의 윤리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도덕성 시비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목회자나 선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과 신뢰성의 회복입니다. 선교단체와 선교사를 신뢰할 수 없기에 교회가 후원과 협력을 주춤거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사역에서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됩니다. 저도 선교단체와 선교사들을 깊이 내부에 들어가 보고 전체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장 큰 문제는 도덕성과 리더십의 결여라고 봅니다. 도덕성과 리더십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교회와 자신에 대해 중대한 자질입니다. 어떤 잘 짜여진 제도나 훈련이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양심을 줄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 모세나 여호수아처럼 “네가 선 곳을 거룩한 곳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자기포기, 하나님께 굴복당하는 경험이 없이는 도덕성과 양심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봅니다. 여호수아가 군대장관 앞에서 신을 벗었듯이 주님의 주권 앞에 굴복선언, 회심선언, 주님 되심을 분명하게 하실 수 있는 분들이 선교사가 되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할 때 공적책임이 분명한 지도자들이 세워질 수 있고 그분들만이 주님과 복음과 하나님 나라를 섬길 수 있다고 봅니다. 선교사의 책무는 규칙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책무를 세 가지 면에서 다루어 볼 때 그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을 살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먼저 선교사에게 내부 통제력이 생겨나야 합니다.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양심이 되살아난 내부 통제력이 살아나지 않으면 선교단체의 수백페이지 내부규정으로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먼저 내부적 통제력이 생기고, 성령님에 의한 양심이 살아난 후에 선교현장 시스템과 규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내부통제력과 규정, 그 양자가 일치될 때 지도자가 만들어지지, 잘못하면 규정이 하나님의 사역을 가로막게 되고, 최고 리더십 권력의 칼자루가 변질되면 선교현장엔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엄격한 규정으로 통제할 때 책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면과 또 다른 부정이 생겨난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훈련 시스템에 의해 양심의 영성을 충분히 계발해야 합니다. 주님께 굴복되어 착한 양심의 리더를 키워낼 때 외부적 규정이 단순하고 규칙이 부재해도 선교사의 책무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랑은 온 율법의 완성인 데 스스로 규정화 될 수 있는 심비에 새긴 규정으로만 뛰어난 영성과 리더십,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강력 선교와 목회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 내부 통제력은 화목의 리더십과 협력의 뛰어난 자질을 가져옵니다. 하나님의 주권 앞에 신을 벗은 사람은 어떤 리더십 하에서도 겸손과 순종과 화목을 추구합니다. 성령에 의한 내부통제력이 강한 사람들만이 팀 선교가 가능합니다. 말씀과 시련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은 내부통제력을 통해서만이 어떤 팀과 어떤 전략, 어떤 사람과도 협력이 가능합니다. 성령의 인격성이 강화될 것이기에 그 안에서는 어떤 선교나 대안이 제시되어도 어떤 위치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나됨의 리더십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로드십, 헤드십이 체험된 사람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자기 포기에 이룰 수 있을 것인가는 오늘 하나님을 섬기는 종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적 자질입니다.

필드시스템 구축과 효율적인 규정 마련에서도 선배들이 남겨주어야 할 사역의 본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부인의 발자취를 남겨놓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나님에 대해, 파송교회에 대해 - 정말이지 닭 쫓던 개 될 때가 많습니다. 한 선교단체 이사를 할 때도 지도자 한 분이 삐끗하니 단체가 폭격을 맞은 듯 주저앉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가 협력했던 한 선교단체에 대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사랑 다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사랑했고 그 단체에서 저희 교회에 긍휼을 베풀어 수원 지부를 열었고 인정도 받았습니다. 파송된 선교사 다 지원하자 해서 다 조금씩이라도 지원하고 오랫동안 짝사랑 해왔는데 리더십 하나 잘못되니 교인들이 얼마나 상처 입었는지 모릅니다. 지도자의 내부통제력 상실, 남에게 보이려는 육신적 성향 때문입니다. 지도자에게 요구된 하나님께 대한 양심이 없었습니다.

어떤 선교사들은 그야말로 엽기적 흥행사들입니다. 저는 최근에 어떤 선교포럼에 갔다가 크게 실망했습니다. 선교포럼이 아니라 마치 영웅 만들기 포럼 같았습니다. 거의 1억원을 들인 대형 세미나인데 흥행에 성공한 선교사들 데려다가 그들의 노하우를 듣고 마치 성공시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성공한 선교사들을 모셔놓고 잘보고 따라하라고 강요하는 것인지, 그냥 즐겁게 보라고 하는 것인지, 성공시대를 여는 것인지 아무리 기도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세상적 성공을 선교사들에게도 요청한다면 지도자들의 의식이 세속화되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선교단체나 교단의 최고 리더십 가지신 분들부터 진정한 자기부인이 무엇인지 희생적 삶을 보여줄 때 나머지 선교사들도 선교현지인들과 후원교회들에 대해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복음으로 되돌아가는, 진정한 하나님 말씀과 십자가의 도에 대한 회심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교회는 세상을 닮아갑니다. 초대교회부터 문제가 된 것처럼 교회 내에 양반 상놈이 구별되고 성직자와 평신도의 계급과 신분의 갈등도 있는 것은 십자가 신앙이 형식적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믿지만 십자가를 체험하진 못했습니다. 주권에 대한 섬김, 섬기러 오신 주님을 본받아 십자가의 은혜와 사랑을 전하려 하면 선교현지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을 것이고 파송단체나 교회에 대해서도 섬기려 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내부통제력을 키워주는 훈련과정이 필요합니다. 선교사의 내부통제력을 강화해주는 재훈련과 규정과 책무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내부통제력을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규정이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내부통제력이 없는 규정과 규정 없는 내부통제력은 아무런 힘도 나타낼 수 없습니다. 두 가지의 균형을 갖춰야 합니다. 그 속에서 책무가 강해지고 인정되고 네트워킹 될 때 시너지 효과가 강하게 드라이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목산교회 김00 목사님 이야기를 대신 정리해 드리면, “대체 누가 선교사냐. 나는 이제껏 선교사 만난 적이 없다.” 하시면서 배낭 짊어지고 중국으로 선교사를 돕기 위해 출국하셨는데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좀 골라 다니시라고 했습니다. 카리스마가 강하고 타협이 없는 분이라 맘에 드는 사람이 없다는 분이신데 저와 같은 목회자들이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책무의 문제만큼은 상식화되고 양심이 느껴지는 사역과 삶이 이뤄지면 더 많은 후원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피카소의 그림에 제가 감히 덧칠을 할 수 없어 손 선교사님의 발제에 대해 목회적 관점에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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