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한 (1)

1. 분노

"우리들의 獨立運動은 다만 不良徒의 行動이라고 하야 數百萬의 同胞는 虐殺을 當하였다. 그렇지만 우리 民族은 最後의 一員까지라도 鬪爭을 계속할 것이다. 이 危急 存亡에 處하야 있는 우리는 朝鮮愛國婦人會를 組織하야 自由를 爲하야 平和를 爲하야 獨立을 爲하야 貢獻할 것을 決心하는 바이다. 우리는 日本 打倒를 爲하야 또 世界 改造를 爲하야 諸賢의 協力을 絶望하야 마지아니한다."

이상은 3,1운동 당시 외국 신문에 게재되었던 조선 애국부인 회원들의 비장한 결의문이다.

그러나 이미 기울어진 국운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으로 기울기 시작한 국운은 한일신조약(1907. 7. 24)을 체결하면서 일인들은 한국의 내정을 일일이 간섭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통감 정치가 시작되더니, 결국 1910년 8월 22일에는 한일합방조약이 체결되고 순종(純宗)이 양국(讓國) 조서를 선포함으로써 한국의 국권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손에 넘어갔고, 이로써 대한제국은 완전히 침몰하고 만다.

서구문명을 한 발 앞서 받아들인 일본은 역사 이래로 품고 있었던 한반도 지배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하여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다. 저들은 간교하고도 교활한 계략으로 때로는 국모를 살해하고, 때로는 국왕을 모독하면서 이 나라의 자주를 농락하였는데, 이를 지켜보며 무언의 항거를 하던 일반 국민 대중은 [을사보호조약] 이 후 더 이상 굴욕을 참을 수 없어 분노를 터뜨리고 만다.

이런 민족적 감정은 기독교인이라고 하여 다를 바가 없었고 남녀 (男女)와 노유(老幼)의 구별도 없었다. 오히려 나라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며 부르짖었던 기독교인들의 가슴에는 나라 사랑의 충정이 한층 더 강하게 가슴에 맺혀 왔고 분노의 강도는 더욱 진하고 깊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선 기독교인들은 나라를 위한 기도로 애국과 항일의 의사를 표시하기 시작한다. 1905년 9월 제 5회 공의회에서는 길선주의 발의로 그 해 감사절 다음날부터 일 주일간 전국 교회가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기로 결의한다.

그 후에도 교회는 개 교회를 중심으로 하여 계속 기도하기를 쉬지 아니한다. 그러나 잔악한 일인들의 노골적인 침략을 체험한 기독교인들의 분노는 기도의 차원을 넘어 행동으로 옮겨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타난 행동이 처음에는 시위와 자해의 방법으로 항거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을사조약의 발표 후, 최재학, 이시영 등이 평양에서 상경하여 11월 27일 대한문 앞에서 을사 5적을 처단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된 일이며, 1907년 7월 22일 고종의 양위를 반대하여 양주 목사 홍태순이 대한문 앞에서 자결한 것 등이 바로 이런 부류에 속한다.

이런 자해의 항거가 정치적으로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드디어 을사조약을 주도한 정치인들에 대한 암살을 기도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임하게 된다.

1909년 기독교인이었던 이재명이 이완용을 암살하려다 미수로 끝나는 사례가 바로 그런 차원의 것이며, 스티븐스(Durhan W. Stevens)를 살해한 장인환의 사건들이 이와 같은 일들이다.

이상에서 보여지는 무력 투쟁의 선봉에 섰던 사람들은 대개 서북 지방 사람들이었고, 기독교 신앙은 결코 민족 의식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건들이었다.

일반 대중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기독교인들이 일반 대중을 움직여 무언의 항거를 도모한 사건은 세금불납운동이다. 이 세금불납운동은 함경북도 경성군을 위시하여 진남포, 순천 등 여러 곳에서 발생하였으며,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일반 대중들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항일의 의사를 표시하게 된 것이다.( 이만열(1986). 한국기독교와 민족운동. 서울: 보성. 64-67쪽).

이런 여러 사건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나라를 무력으로 지배하려는 일제가 직면한 첫 번째 걸림돌은 한국의 교회였다. 이로써 일제와 한국 교회는 처음부터 대결의 구도에서 만나게 된다.

1) 3,1 운동의 동기

세계를 신무기와 폭염으로 뒤덮었던 제 1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막을 내리자 미국 28대 대통령 윌슨(Thomas W. Wilson 1856-1924)은 1918년 1월 세계 평화의 추진을 위해 14개조 강령을 선포한다. 이 강령 중 [민족 자결 주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원칙이 발표되자 1919년 1월 대영 제국의 식민지 아일랜드가 독립을 선언하였고, 핀란드,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등 약소민족들이 속속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 이런 국제적 조류를 체험한 기독교 지도자들은 해외와 국내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하게 된다.